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도 가만히 있고, 하기 싫은 놀이를 하자고 해도 따라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는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친구 앞에서는 유독 “싫어”, “하지 마”라는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싫다는 말을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 친구관계에서 계속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행동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강하게 말하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는 말로 표현하는 경험입니다. 친구에게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부터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기표현 연습까지 정리했습니다.

1. 아이가 왜 “싫어”라는 말을 못하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소극적인 성격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마다 이유가 다를 수 있습니다.
친구가 화를 낼까 봐 걱정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거절하면 친구가 더 이상 같이 놀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왜 아무 말도 못 했어?”라고 묻기보다 당시 아이의 마음을 확인하는 질문이 좋습니다.
“그때 너도 계속 가지고 놀고 싶었어?”
“친구가 가져갔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기표현의 시작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2. 친구를 배려하는 것과 참는 것은 다르다고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어른에게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야 해”, “친구에게 양보해야 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필요한 가르침이지만 아이에 따라서는 ‘좋은 친구가 되려면 내가 참아야 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양보와 자기표현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 할 때 아이가 스스로 “그래, 너 먼저 해”라고 결정했다면 배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계속 가지고 놀고 싶은데 친구가 화를 낼까 봐 내어줬다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알려주면 좋은 말이 있습니다.
“친구 마음도 중요하고 네 마음도 중요해.”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해도 나쁜 친구가 되는 건 아니야.”
“친구랑 생각이 달라도 괜찮아.”
아이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계속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친구가 원하는 것을 매번 들어주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까지 계속 양보한다면 「친구에게 양보만 하는 아이,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도 함께 참고해보세요.
2026.09.07 - [아이와 자라는 하루] - 친구에게 양보만 하는 아이,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
3. “싫어” 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알려주세요
어른은 자기표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싫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평소 친구에게 강하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이 한마디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구체적인 표현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달라고 한다면,
“나 아직 하고 있어.”
“다 하고 줄게.”
친구가 원하지 않는 놀이를 하자고 한다면,
“나는 다른 거 하고 싶어.”
“이거 끝나고 같이 하자.”
친구가 불편한 장난을 한다면,
“그렇게 하는 거 싫어.”
“하지 마.”
“그만해.”
이처럼 상황별로 사용할 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실제 상황에서도 표현하기 쉬워집니다.
특히 신체적으로 불편하거나 무서운 행동을 당했을 때는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기보다 분명하게 “싫어”, “하지 마”, “그만해”라고 말하고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세요.
4. 집에서 역할놀이로 자기표현을 연습해보세요
아이가 실제 친구 앞에서 말을 꺼내기 어려워한다면 집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인형이나 블록을 활용하면 부담도 적습니다.
부모가 인형을 들고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이 장난감 나 줘.”
그러면 아이가,
“나 아직 가지고 놀고 있어. 다 하고 줄게.”
라고 대답해보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부모가 “나랑 술래잡기 하자”고 하고 아이에게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해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그림 그리고 싶어. 나중에 같이 하자.”
처음에는 부모가 문장을 알려주고 그대로 따라 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익숙해지면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라고 물어 아이가 직접 표현을 찾아보도록 해주세요.
연습의 목적은 완벽한 문장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편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5. 아이가 자기 의견을 말했을 때 결과보다 시도를 칭찬해주세요
자기표현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작은 성공 경험이 중요합니다.
친구에게 처음으로 “나 아직 하고 있어”라고 말했는데 결국 장난감을 양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그래도 결국 뺏겼잖아”라고 결과를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한 행동에 관심을 보여주세요.
“네가 더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구나.”
“네 마음을 말한 게 정말 중요해.”
이런 반응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괜찮은 행동이라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왜 더 크게 말하지 않았어?”, “그럴 때는 절대 주면 안 되지”라고 평가하면 다음 상황에서 더 긴장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하기보다 작은 표현부터 시작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6. 집에서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세요
친구 앞에서 자기표현을 잘하려면 가정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가 의견을 말했을 때 그 생각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싶어?”
“둘 중 어떤 책을 읽고 싶어?”
“지금 놀이를 조금 더 하고 싶어, 아니면 정리할 수 있어?”
일상 속 작은 선택부터 아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안 돼”로 끝내기보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그런데 지금은 잘 시간이야”처럼 아이의 마음과 행동의 한계를 구분해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 의견을 말해도 누군가 들어준다는 경험은 친구관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7. 친구가 거절해도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친구에게 싫다는 말을 못하는 아이에게는 거절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걱정일 수 있습니다.
‘내가 싫다고 하면 친구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다시는 나랑 놀지 않으면 어떡하지?’
특히 한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런 걱정이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친구끼리도 항상 같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친구끼리도 하고 싶은 게 다를 수 있어.”
“오늘 같이 안 놀았다고 친구가 아닌 건 아니야.”
“네가 싫다고 말해도 친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나중에 다시 같이 놀 수도 있어.”
관계에서 의견이 다르거나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곧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특정 친구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유난히 두려워하거나 그 친구하고만 놀려고 한다면 「아이가 한 친구에게만 집착할 때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에서 관계의 폭을 넓혀주는 방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6.09.04 - [아이와 자라는 하루] - 아이가 한 친구에게만 집착할 때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
8.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에게만 해결하도록 하지 마세요
자기표현을 연습한다고 해서 모든 친구 문제를 아이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장난감을 서로 먼저 사용하고 싶어 하는 상황과 반복적으로 아이가 불편함을 표현해도 상대가 행동을 멈추지 않는 상황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놀림이나 위협, 신체적인 행동, 원하지 않는 접촉 등이 있다면 아이에게 “네가 싫다고 잘 말해야지”라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는 분명하게 거절한 뒤 그 자리를 벗어나 선생님이나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싫다고 했는데 계속하면 선생님께 이야기해도 돼.”
“무섭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바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친구를 고자질하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도 함께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9. 유치원에서의 모습도 확인해보세요
집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지만 친구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유치원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실제 모습을 확인해보세요.
“친구가 원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것이 다를 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나요?”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거나 불편하게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나요?”
“특정 친구에게 유독 맞춰주는 모습이 있나요?”
이처럼 아이가 관계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께 친구관계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유치원 선생님께 친구관계 상담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대화 방법과 질문 정리」에서 상담을 시작하는 방법과 질문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2026.09.05 - [아이와 자라는 하루] - 유치원 선생님께 친구관계 상담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대화 방법과 질문 정리
친구에게 싫다는 말을 못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
친구에게 “싫어”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가 약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상대방에게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무조건 강해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네 마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집에서 자신의 생각을 선택하고 말할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친구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짧고 구체적인 표현을 함께 연습해보세요.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나 아직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작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친구를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자기표현의 목적이 친구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상대방의 생각도 듣고, 서로 다른 마음 사이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아이가 앞으로 친구관계에서 배워가야 할 중요한 힘입니다.
우리집 작은 발견, 모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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